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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말 이틀을 사이드 프로젝트에 몰아 썼다

토요일과 일요일을 통째로 사이드 프로젝트에 썼다. 해낸 것보다 못 한 게 더 많았던 주말 회고.

이번 주말은 작정하고 사이드 프로젝트에 썼다. 평일에는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몇 주째 손도 못 댄 상태였고, 이대로 가면 영영 안 끝날 것 같았다. 그래서 토요일과 일요일을 통째로 비웠다.

토요일

아침 열 시쯤 카페에 도착했다. 집에서는 침대가 너무 가까워서 일부러 나왔다.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노트북을 열었다.

처음 두 시간은 아무것도 못 했다. 지난번에 어디까지 했는지 기억이 안 났기 때문이다. 커밋 로그를 거슬러 올라가며 읽고, 코드를 훑고, 메모해둔 TODO를 봤다. 몰입하기까지 워밍업이 이렇게 오래 걸린다는 걸 새삼 느꼈다. 다음에는 마지막에 "다음에 할 일 한 줄"을 남겨두고 닫아야겠다.

오후부터는 속도가 붙었다. 로그인 화면과 목록 조회까지 연결했고, 저녁 먹기 전에 처음으로 화면에 내 데이터가 뜨는 걸 봤다. 별거 아닌데 이게 은근히 기분이 좋다. 일할 때는 이미 있는 시스템을 고치는 일이 많아서,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뭔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순간이 오랜만이었다.

일요일

일요일은 계획대로 안 됐다. 늦잠을 잤고, 점심을 먹고 나니 벌써 두 시였다. 어제 만든 걸 정리하려고 앉았다가 이름 짓기에 한 시간을 썼다. 테이블 이름을 items로 할지 entries로 할지 고민하다가, 결국 둘 다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items로 갔다. 이런 데 시간을 쓰는 걸 줄이고 싶은데 잘 안 된다.

그래도 할 일 목록에서 세 개를 지웠다. 원래 다섯 개를 목표로 했으니 60퍼센트다. 학교 다닐 때였으면 낙제인데, 지금은 이 정도면 합격으로 쳐주기로 했다.

막혔던 부분

토요일 오후에 한 군데서 한 시간 넘게 막혔다. 로그인은 되는데 목록 API가 계속 빈 배열을 돌려줬다. 코드를 몇 번이나 다시 읽어도 틀린 데가 없어서 답답했는데, 결국 원인은 시드 데이터를 다른 계정으로 넣어둔 거였다. 내 계정에는 애초에 데이터가 없었다. 코드가 아니라 환경이 문제였다는 걸 알고 허탈하게 웃었다.

이런 건 혼자 일할 때 특히 오래 걸린다. 옆에서 "그 계정으로 넣은 거 맞아?" 하고 물어봐 줄 사람이 없으니까. 그래서 막히면 코드를 보기 전에 데이터부터 확인하기로 했다. 쿼리를 직접 날려보면 십 초면 끝나는 일이었다.

느낀 점

하루 종일 한다고 두 배로 하는 게 아니다. 집중이 제대로 되는 시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하루에 서너 시간쯤이었다. 나머지는 헤매거나 딴짓이었다. 이틀을 비웠지만 실제로 쓴 건 아마 일곱 시간쯤일 것이다. 정확히 재본 건 아니고 느낌이다.

끝낸 것보다 시작한 게 더 소중하다. 완성은 아직 멀었다. 그래도 몇 주째 멈춰 있던 걸 다시 굴렸다는 게 이번 주말의 가장 큰 성과였다. 한 번 멈춘 일은 다시 시작하는 데 드는 힘이 가장 크다.

혼자 하는 일은 마감을 내가 만들어야 한다. 누가 재촉해주지 않으니, 다음 주말에 뭘 할지 지금 적어두었다. 이번에는 정말 한 줄이다. "배포 설정 확인하기."

저녁에는 오랜만에 라면을 끓여 먹었다. 달걀을 풀지 않고 얹어서 먹는 게 요즘 취향이다. 월요일이 오기 전에 이 정도 여유는 있어야지.